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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중 정상회담의 심층 독해(讀解)
2022.11.12 | 매일경제 2019.12.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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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차 한·일·중 정상회의는 동북아 역내 평화와 3국 간 경제협력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한일 정상회담은 악화 일로였던 관계를 일단 봉합했다. 그러나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서 가장 큰 성과는 한중 정상회담이었다. 그 성과는 중국 측 언론 발표를 통해 유추해볼 수 있다. 한국의 한반도 촉진자 역할에 대한 중국의 분명한 지지가 있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한국이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한 부동의 역량이라고 했다. 중국은 한국의 남북관계 개선 노력을 지지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행의 추동력이라고 표현함으로써 한국의 촉진자 역할을 긍정했다. 문 대통령의 천시지리(天時地理)에서 나아가 인화(人和)하자는 제안에 시 주석이 호응한 것은 사드든, 한한령이든 그간 어려웠던 관계가 두 정상의 만남을 통해 풀리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제2단계 담판을 가속화하자는 표현은 다음 정상회담에서 한중 FTA 2.0의 실현 가능성을 높인다. 환경보호 협력의 포함은 미세먼지에 대해 중국의 성의 있는 자세를 기대하게 한다.
양국 간 전략적 문제에 대한 상호 이해도 심화됐다. 한국은 사드와 중거리미사일 등 중국의 중대 관심사에 대해 존중하고, 대신 미국의 일방주의 비판이나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체제 유지 같은 중국 측 입장에 대한 한국 측 입장이 기술되지 않은 것은 한국의 미국 배려를 중국이 존중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을 축하했는데 중·일 언론 발표에는 이런 표현이 없다. 중국 건국을 바라보는 한일 입장이 은연중 차이가 있고 이런 한일을 대하는 중국 마음은 다를 수밖에 없다. 중국은 한국을 잠시 섭섭할 수는 있어도 결코 멀어질 수 없는 '고질량의 융합발전' 관계로 보는 듯하다.
약간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문 정부는 철도공동체, 동북아플러스책임공동체를 주창해왔는데 중국의 인류운명공동체와 교집합을 찾으려 한 듯하다. 하지만 '운명'공동체라 함은 대중(對中) 경사 의구심을 야기할 수 있었다. 홍콩과 신장 위구르가 중국 내정 일부라고 한국 측이 동의했다는 중국 언론 보도도 중국 국내용일 수 있고, 한국도 수교 당시 합의했던 '하나의 중국' 원칙을 벗어나지 않았겠지만, '옥에 티'였다.
중국의 중·일 언론 발표에서 우리가 참고할 만한 점도 있다. 중국은 한국과는 일대일로를 함께 건설하자는 표현으로 그쳤지만 일본과는 '높은 수준으로' 함께 건설하자고 했다. 일본은 중국과 이미 동남아에서 인프라 건설 등 실질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의 신북방·신남방 정책과 일대일로의 연계는 그간 정책적 구호로만 계속 표현했기 때문에 다음 정상회담 때는 구체적인 계획을 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은 매년 한국과 실질적 협력보다는 정책적 구호만 반복하는 관계로 인식할 수 있다. 이제 중·일 언론 발표를 보면 시 주석의 일본 방문은 기정사실이다. 한국도 문 대통령이 내년 가까운 시일 내 만나길 원한다고 했다. 하지만 중국 측 언론 발표에는 '조속한'이란 표현이 나오지 않았다. 일본 방문을 벚꽃이 피는 4월로 예상할 때 시 주석의 방한이 방일 이후이거나 혹 방일 시 패키지가 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이번 한중 회담에서 우리 측의 요청이 충분하지 않았거나 중국 측이 절감하지 않아서일 듯하다. 정부가 여전히 시 주석의 조속한 방한을 기대한다면 더 적극적인 외교 소통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2019.1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