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총통선거의 역내 전략적 함의 <대담 시리즈 3편>
2024.01.25 | 글로벌전략협력연구원 24.0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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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차두현
지난 1월 13일 타이완 총통 선거에서 집권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승리함에 따라 한국 안보에 미칠 영향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다. 14일 한국 외교부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타이완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고 양안 관계가 평화적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희망한다. 타이완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현 정부의 매우 모범 답안 같은 입장 표명이며 중국과의 관계를 어느 정도 의식하는 것으로 읽힌다.
글로벌전략협력연구원은 타이완 현지 전문가 2명과 국내 전문가 1명 등 3명과 타이완 총통 선거와 역내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대담시리즈로 기획하였다. 첫번째는 타이완 중흥대학(中興大學) 국제정치연구소 소장인 차이퉁제(蔡東杰) 교수, 두번째는 황쿠이보(黃奎博), 타이완 외교관계협회 사무총장 겸 타이완 국립정치대 외교학과 교수, 세번째는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차두현 박사와 진행하였다.
3편은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이며 대담 전문은 다음과 같다.
이번 대만총통선거에서 민진당이 승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민진당이 3번 연속 총통 선거에서 승리한 가장 큰 동력의 하나는 중국과의
관계 설정, 즉 ‘양안관계’
해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당의 경우 중국과의 관계에서 더욱 온건한 정책을 추진해왔고, 이는 사실상 양안관계에서 중국의 주도권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총통 선거운동 기간 중 국민당 출신인 마잉주 전 총통이 “양안관계에 관해서는 시진핑을 믿어야
한다”고 발언하여 물의를 일으킨 것도 이러한 사고의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 판단됩니다. 반면, 민진당은 중국에 대해 형평성 있는 관계 수립을 추구해왔고, 이는 ‘대만독립’ 주장과도
연결됩니다. 중국 본토로부터의 이주 세대들이 점차 줄어들고, 대만
출생인들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대만 사회 내에서 민진당의 주장이 더 호소력 있게 먹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라이는
선거운동 기간 중에는 ‘대만독립’을 그리 크게 내세우지 않고, 민주주의의 수호와 같은 가치를 내세우는 우회적 접근을 취한 것도 대만 유권자들의 이런 심리를 읽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즉, 중국에 대해 일정부분 거리를 두고 대만의
정체성은 인정을 받되, 급속한 대만독립은 회피하려는 심리가 이번 총통선거에서도 반영되었다고 봅니다. 의회에서의 다수당이 바뀐 것이고, 민진당은 2016년 선거 이후 지속적으로 의석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국내경제적
요인도 중요하겠지만, 지나친 중국과의 갈등 문제가 유권자들의 피로감을 유발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양안관계보다는 민생 문제를 주요 이슈로 내세운 민중당이 약진한 원인도 거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라이칭더 정권의 대외정책과 중국정책은 각각
어떨 것으로 예상되나요? 일단 차이잉원 현 총통의 기조대로 대미 협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계속될 것이고, 대만의 국제기구 회원국 복귀와 같은 움직임이나 미국의 무기 도입, 미국과의
주요 인사교류들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러나, 라이
역시 2023년 11월 샌프란시스코 미중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지나친 미중 간 갈등은 회피하기로 한 것을 염두에 둘 것입니다. 또한, 대만독립이 이미 현실화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므로 이를 굳이 새로운 이슈(대만독립
선언 등)화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라이의 입장인 만큼, 정치적인
수사에 있어서는 다소 강경한 논조를 낸다고 하더라도 양안관계 갈등을 급격히 악화시키는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총통선거 이전 베이징은 국민당 허우유이를 선호하는 반응을 보였고, 반면
워싱턴은 라이칭더에 은근히 힘들 실어주었습니다. 이번 총통 선거가 미중 간의 사실상의 ‘정치적 대리전’으로 불리기도 한 이유였습니다. 다만, 미국과 중국이 극단적 대립은 서로에게 모두 손해라는 인식을
하기 시작했고, 2023년 11월의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이
이를 반영하는 만큼, 당장 이 결과가 미중 간의 갈등 증폭으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 총통선거 이후 라이칭더 당선인에게 축하의 뜻을 밝히면서도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향후 중국의 대만정책은 각각 어떨 것이라고
보시나요? 중국의 입장에서 라이칭더 당선은 분명히 실망스러운 결과이기는 하겠지만, 동시에
베이징은 대만에 대한 강압적인 정책이 이번 총통 선거에서 대만 유권자들의 반발감을 자극했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관건은 중국 지도부가 얼마만큼 이러한 교훈을 제대로 받아들일까 하는 것이죠.
대만에 대한 지나친 강압이 오히려 미-대만 간의 밀착을 강화하고 대만의 반중 노선을 고착시킬
것이라는 판단을 할 경우, 중국은 라이칭더 정부를 압박하기는 하지만,
군사적 수단보다는 경제·사회적 영향력을 이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오히려 중국 지도부가 대만에 대한 군사적 압력이 충분치
못해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판단한다면 이는 ‘대만 포위훈련’ 등의
군사적 조치로 이어져 양안관계의 긴장 더 나아가 미중 관계의 긴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2024년 11월의 미 대통령 선거를 고려하여 중국과의 군사적 충돌을
가능한 자제하려 하기는 하겠지만, 대만에 대한 공약 역시 중요하다고 판단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안보에 주는 전략적 함의는 무엇인가요? 당장 중국과 대만 간의 긴장이 급속히 고조될 위험은 없는 만큼, 대만
총통선거 이후의 정국이 한국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적다고 봅니다. 중국과 대만 간의 긴장, 미중간의 대립이 있더라도 그 수준은 2022년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방문 수준일 것으로 판단됩니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중국의 대만 침공론이나 대만해협 위기론이 현실화되지
않는 한, 중-대만 관계가 한국 안보에 저해요인이 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물론, 대만해협 문제에 대해 어떠한 외교적
입장을 취하는가에 대해 한국과 중국간의 견해 차이나 약간의 외교적 긴장은 있겠지만, 이것이 심각한 수준으로
격화되는 것을 한국과 중국 모두 원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