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호가 만난 중국] 공커위 中 상하이대학교 한반도연구센터 소장 인터뷰
"시진핑이 강조한 '수교 정신·상호 윈윈' 목표 견지해야"
편집자주 ...이재명 정부는 그간 소원했던 한중관계를 관리·개선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러나 양국 국민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의 온도는 여전히 낮은 듯하다. 중국에서 직접 중국 사람들을 만나 찾은 '숨겨진 시선'을 중국 전문가인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가 전한다.
(서울=뉴스1)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 = 미국 백악관이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면서 이례적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을 우려한다'는 논평을 냈다. 이는 중국의 한국에 대한 영향력 확대에 대한 미국의 견제임과 동시에 이재명 정부의 '균형외교'를 경계하는 입장으로해석했다.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
중국 외교부는 곧장 "미국은 중한관계를 도발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라며 불만을 표명했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공식 반응엔 이제 복원 단계에 있는 한중관계가 혹여 외부의 영향으로 중단 내지 축소될 가능성을 우려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간 미묘한 기류가 흐르는 가운데 공커위 상하이대학교 한반도연구센터 소장(전 상하이국제문제 연구원 아태연구센터 부주임)을 만나 한중관계의 전망을 들어봤다.
-이재명 정부의 한중관계 전망은 어떻게 보나.
▶일반적으로 진보 정권은 북한과 중국에 대해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특히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이재명 정부의 유연한 외교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가져올 수도 있다. 다만 윤석열 정부가 일본에 아주 우호적이었던 모습과 같은 수준으로 이재명 정부가 중국에 우호적일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윤석열 시대에는 한중관계가 침체되고 학술·인문 교류가 감소했다. 특히 한국에서 '반중 정서'가 부상하면서 중한관계는 단기간에 빠른 해결을 이루기 어렵게 됐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 대만해협, 남중국해, 최근의 '서해 구조물' 문제 등 중국과 한국 사이에는 여전히 양국이 냉정하게 처리해야 할 많은 문제가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강조했듯 양국은 "수교 초기 정신을 고수하고 선린우호의 방향을 확고히 하며 상호 이익과 윈윈의 목표를 견지해야 한다"라고 생각한다.
-한중관계 발전을 위한 조언이 있다면?
▶한중관계 개선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서두르거나 조급하지 않게,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양국은 전략적 대화를 진행하고 1.5트랙(반민반관) 등 다양한 채널을 구축해 소통을 강화하고 오해와 오판을 피해야 한다. 경제 및 무역 협력을 심화시키고 디지털 경제, 녹색 에너지, 바이오 의약 등 새로운 경제 성장 지점을 찾아 상호 이익과 '윈-윈'의 결과를 달성해야 한다. 또 역내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 다자 메커니즘에 적극 참여해 국제 문제에서 양국의 영향력을 강화해야 한다. 인문 교류와 협력, 특히 젊은이들 간의 상호 이해와 친선도 증진해야 한다.

공커위 상하이대학교 한반도연구센터 소장.
-한미관계는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나.
▶한국의 경우 정권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이 보통 대미 정책이다. 한미동맹은 한국 외교 정책의 초석이 돼 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미중 전략경쟁에서 어느 한 편에 서지 않으면서 한미동맹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적 균형을 내세우고 있지만, 한국을 중국 경제에서 분리하려는 미국의 압박과 한국 국내 보수층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에 더 큰 책임을 요구하면서 한미 경제 및 무역 협력, 자동차 및 철강 관세, 주한미군 주둔 비용 등의 문제는 이 대통령의 새 정부가 직면하게 될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다.
-남북관계의 개선은 가능할까?
▶이재명 대통령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진보적 대북 화해 정책을 계승하고 북한과의 대화 재개와 남북 간 교류 협력을 희망하지만, 국내외 상황이 많이 달라져 문재인 정부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했던 배경과 기반, 분위기와는 다르다.
최근 몇 년간 남북관계는 빙점(氷點)까지 떨어졌고, 남북 간 인적·물적 교류는 전면 중단된 상태다. 특히 북한은 지난해 "남북은 같은 민족이 아니라 적대국"이라고 선언하며 남북 민족 화해의 기반을 완전히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 동북아시아 정세와 패턴도 변화해 북한과 러시아가 서로에게 빠르게 밀착하고 있다. 북한은 한국이 북한에 줄 수 없는 식량, 에너지, 무기, 고도로 정교한 기술 및 기타 지원을 러시아로부터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남한과 교류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하려는 의지는 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